(1) 플로리다의 갈매기
해질 무렵이 되면 플로리다 해안 동쪽 기슭의 바닷가에는 어김없이 갈매기 떼가 하늘을 까맣게 뒤덮는다. 바닷가 주변의 마을 사람들은 갈매기가 모여드는 것은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한 노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노인은 매일 해질 무렵이 되면 양동이 가득 생선을 담아와 갈매기들에게 나누어주곤 했다. 갈매기들은 가끔 노인의 모자위에 앉았고 양동이가 다 비워져 노인이 자리를 뜰 때에도 노인의 머리위를 빙빙 돌며 노인의 걸음을 좇아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은 세상을 떠났다. 노인이 바닷가에 나타나지 않은 날, 갈매기들은 여느 날과 똑같이 바닷가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갈매기들은 노을이 지는 그 시각에 날아와 하늘을 몇 바퀴 빙빙 돌고는 다시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사람들은 갈매기들이 노인을 잊지 않고 그의 죽음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1942년 10월, 맥아더 장군의 중요한 연락책이었던 리배커 대위는 임무수행 중 바다에서 조난사고를 당했다. 리배커 대위는 7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거친 파도와 싸우며 바다를 헤매었다. 매일 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해왔으나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배고픔이었다. 어느 날 배고픔에 지쳐 쓰러져 있을 때였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갈매기 한 마리가 대위의 모자위에 내려앉았다. 대위는 거의 반사적으로 그 갈매기를 붙잡았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은총의 선물이었다.
갈매기는 부하들의 배고픔을 가시게 해주었고 남은 것으로는 물고기를 잡는 미끼로 사용하였다. 대위와 병사들은 그제야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조금씩 품게 되었다. 망망대해의 한복판에서 한 마리의 갈매기는 그렇게 희망을 가져다 준 것이다. 리배커 대위 일행이 동료들에게 발견된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 이후 리배커 대위의 마음속에는 한 마리의 갈매기가 늘 살아 있었다. 플로리다의 조용한 바닷가를 물고기가 가득 든 양동이를 들고서 거니는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은 다른 사람 아닌 바로 리배커 대위였다.
『좋은 글』중에서
(2) 자장면 두 그릇
서울 종로에 한 중국집에는 "맛이 없으면 돈을 안 받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 집에 어느 날 할아버지와 초등학교 3학년 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왔다. 점심시간이 막 지나간 뒤라 식당에서는 청년 하나가 신문을 뒤적이며 볶음밥을 먹고 있을 뿐이었다. 할아버지와 손자 아이는 자장면 두 그릇을 시켰다. 할아버지의 손은 험한 일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말 그대로 북두 갈고리였다.
아이는 자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할아버지는 아이의 그릇에 자신의 몫을 덜어 옮겼다. 몇 젓가락 안 되는 자장면을 다 드신 할아버지는 입가에 자장을 묻혀가며 부지런히 먹는 손자를 대견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이가 나누는 얘기가 들려왔다. 부모 없이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모양이었다. 손자가 하도 자장면을 먹고 싶어 해서 모처럼 대리고 나온 길인 듯 했다.
아이가 자장면을 반쯤 먹었을 때 주인이 주방 쪽을 대고 말했다. "오늘 자장면 맛을 못 봤네. 조금만 줘봐." 자장면 반 그릇이 금세 나왔다. 주인은 한 젓가락 입에 대더니 주방장을 불렀다. "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간 거 같지 않나? 그리고 간도 잘 안 맞는 것 같고. 이래 가지고 손님들한테 돈을 받을 수 있겠나." 주방장을 들여보내고 주인은 아이가 막 식사를 끝낸 탁자로 갔다.
할아버지가 주인을 쳐다보자 그는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오늘 자장면이 맛이 별로 없었습니다. 다음에 오시면 꼭 맛있는 자장면을 드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가게는 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들러주십시오."
손자의 손을 잡고 문을 열며 나가던 할아버지가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주인이 다시 인사를 하고 있었다. "고...맙구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팔을 붙들려 나가면서 주인에게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주인은 말없이 환하게 행복스런 웃음으로 인사에 대한 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따듯한 이야기』중에서
(3) 3초를 기다리는 여유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닫기"를 누르기 전 3초만 기다리자. 정말 누군가 급하게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출발신호가 떨어져 앞차가 서 있어도 크락숀을 누르지 말고 3초만 기다려 주자. 그 사람은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갈등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내 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가 있으면, 3초만 서서 기다리자. 그 사람 아내가 정말 아플지도 모른다.
친구와 헤어질 때 그의 뒷모습을 3초만 보고 있어주자. 혹시 그 친구가 가다가 뒤돌아 봤을 때 웃어 줄 수 있도록...길을 가다가, 아님 뉴스에서 불행을 맞은 사람을 보면, 잠시 눈을 감고 3초만 그들을 위해 기도하자. 언젠가는 그들이 나를 위해 기꺼이 그리할 것이다.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는 때라도 3초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내가 화낼 일이 보잘 것 없지는 않은가. 차창으로 고개를 내밀다가 한 아이와 눈이 마주 쳤을 때 3초만 그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주자. 그 아이가 크면, 분명 내 아이에게도 그리할 것이다. 죄 짓고 감옥 가는 사람을 볼 때 욕하기 전 3초만 생각하자. 내가 그 사람의 환경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가 잘못을 저질러 울상을 하고 있을 때 3초만 말없이 웃어주자. 그 아이는 잘못을 뉘우치며, 내 품으로 달려올지도 모른다. 그녀가 화가나서 소나기처럼 퍼부어도 3초만 미소지며 들어주자. 그녀가 저녁엔 넉넉한 웃음으로 한잔 술을 부어줄지 모른다.
『좋은 생각』중에서
(4) 사랑과 용서
진정한 사랑은 이것저것 재지 않습니다. 그저 줄 뿐 입니다. 아플 때까지 주십시오.
기도하면 믿게 될 것입니다. 믿으면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면 섬기게 될 것입니다. 나는 모든 인간에게서 산을 봅니다. 내가 나환자의 상처를 씻을 때 예수를 돌보는 느낌을 갖습니다. 어찌 아름다운 경험이 아니겠습니까?
어느 날 꿈에서 내가 천국에 이르렀을 때, 베드로는 내게 "지상으로 돌아가라" 말씀하셨습니다. 진실로 사랑을 원한다면,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작은 일들이란? ... 정말 자잘한 것들이지요. 하지만 작은 일에 충실하다는 것은 위대한 일입니다.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서 창조되었습니다. 실패했다고 마음 상해하지 마십시오. 최선을 다했다면 말입니다.
우리의 가정은 고통을 나누고 서로 용서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많이 가질수록 줄 수 있는 것은 적습니다. 가난은 놀라운 선물입니다. 서로에게 자유를 줍시다. 가난한 사람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주는 것 이상을 들려줍니다. 그들은 강한 사람이며 음식이 없이도 하루하루를 살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저주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동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로부터 배울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말씀 중에서
(5) 까마귀와 여우
하루는 까마귀가 고기 한 덩이를 입에 물고 나무 가지에 앉아 맛있게 포식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때 마침 여우가 그 밑을 지나가다가 까마귀에게 말하였습니다. “까마귀님의 깃털은 이 숲에서 가장 아름답고 우아합니다.” 그래서 그 까마귀는 자신이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말에 우쭐하였습니다. 그리고 가슴을 좀 돋보이게 하려고 거만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여우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까마귀님은 목소리는 이 숲에서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때 까마귀는 목을 길게 뽑고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까아악, 까아악” 그러는 동안 입에 물고 있던 고기 덩어리를 그만 놓쳐 나무 아래로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그 즉시 여우는 고기를 낚아채어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대체로 우리 레지오 단원들은 봉사와 기도에 힘쓰고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도와 봉사에 힘썼다고 해서 그것을 자랑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예수님과 성모님의 자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귀는 우리가 열심히 일군 영적인 공로를 해치고 특히 겸손에서 떨어져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려고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합니다. 겸손치 못한 마음의 자만으로 이러한 사탄의 계략에 넘어가는 어리석음에 떨어져서는 안 되겠습니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우리의 겉모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천사들도 깜짝 놀랄만한 순명과 겸손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하늘에 쌓아 두어야 할 기도와 봉사라는 공로는 참으로 은밀하게 하늘에만 쌓아 두되 스스로 나팔을 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김 규택 신부님』훈화 중에서
(6) 빵은 빵이요 포도주는 포도주
첨단과학 시대에 맞게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살아가는 한 소년이 있었다. 이 소년은 첫영성체를 위해서 본당에서 마련한 첫영성체 교리를 마쳤다.
교리를 가르쳤던 수녀님이 마지막으로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는 성체교리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이 소년은 빵과 포도주가 성체성사를 통해 성체와 성혈이 된다는 것을 부정했다. 수녀님은 그 소년에게 그렇다면 첫영성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년은 전혀 굽힘이 없이 그것은 빵이요, 포도주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하는 수 없이 수녀님은 그 소년을 신부님에게 데려갔다.
신부님은 소년에게 왜 빵과 포도주가 성체와 성혈로 변화될 수 없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소년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모양으로 보든지 맛을 보든지 간에 빵이요, 포도주일 뿐이지 예수님의 살과 피는 아니잖아요"
신부님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에 일어나서 소년을 대리고 나갔다. 가까운 방사선 실에 그 소년을 대리고 간 신부님은 소년이 보는 앞에서 빵에다가 방사선을 쬐었다. 그리고는 그 소년에게 빵을 먹으라고 주었다. 그러자 소년은 놀라며 그 빵을 먹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신부님은 소년에게 그 빵을 먹지 않으려는 이유를 물었다. 소년은 "그 빵에는 방사선이 들어가서 인체에 해로운 어떤 작용을 하기 때문에 먹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신부님은 소년에게 조용히 일렀다.
요셉아, 한낱 인간이 만든 방사선이 그 모양과 맛을 변화 시키지 않고 빵 안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면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실수 있지 않겠니?" 그제서야 그 소년은 성체 성사에 대해 깊이 수긍하고 첫영성체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소년은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인지도 모른다. 과학적이고, 산술적인 계산에만 익숙해져서 신앙의 신비를 좀처럼 수긍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경우와 무엇이 다를까? 성체와 성혈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바르게 되새기며 그저 "아멘" 하고 저는 "믿습니다. 주님!"이라고 응답하던 선조들의 신앙이 더욱 그리워진다.
『김 화석 신부님』의 자유게시판에서
(7) 마음 밭에 진리를 심어라
도시의 쓰레기가 쌓이는 쓰레기 야적장에는 먼지와 고약한 냄새만 가득합니다. 아무도 그곳에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쓰레기 야적장 구석에 풀꽃이 자라나 하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너무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입니다. 그런데 그 하얀 꽃은 그 냄새나는 쓰레기 터를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간혹 이 쓰레기 더미에서 폐품을 줍고 있는 사람들에게 뜨이면 약간의 신선한 아름다움을 줄 뿐입니다. 꽃은 그곳에 있어 아름답고 존재의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때로는 쓰레기처럼 더럽고 혼탁하지만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성실히 자리를 지키고 살아간다면 그래도 세상은 희망이 있지 않겠습니까? 또한 우리 마음이 비록 세상과 마귀의 육신의 것으로 더럽혀져 있다 하여도 그 마음속에 진리의 꽃을 가꾸고 있다면 우리는 인간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영혼을 비추는 구원의 말씀이 생명처럼 자라고 있다면 우리의 처지가 아무리 고달프고 어렵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굳건히 신앙의 길, 세상에서의 떳떳한 인생의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각자의 마음에 거룩한 진리의 꽃을 자라게 해야 합니다. 그것은 십자가의 구원이 가져다주는 진리입니다. 주님의 말씀이 우리의 마음 밭에 떨어져 고귀한 향기와 아름다운 자태를 꽃처럼 드러내는 진리입니다. 마음 밭에 진리의 꽃을 자라게 하는 사람은 결코 환경을 탓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사랑의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김 규택 신부님』훈화 중에서
(8) 골든벨 울린 시골 여고생
KBS '도전 골든벨' 50번 마지막 문제가 나온 순간 시골 여고생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50번째 문제 정답은 아직 최종적으로 맞추지 못한 상황이었으나 18세의 문산여고 지관순양은 정답을 확신한 듯 벌써 눈가에서 굵은 눈물방울을 떨구고 있었다. 다른 카메라로 잡은 담임선생의 얼굴도 이미 붉게 상기된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TV로 골든벨을 시청하던 많은 시청자들이 그 눈물의 의미를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서울의 명문고 학생들도 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골든벨을 울린 지관순양. 그녀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도 제때 다니지 못했을 정도였다. 집안사정 때문에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중학교 입학 후엔 오리사육, 우유배달 등을 통해 스스로 학비를 조달해야 했다. 문산여중에 입학했지만 기초가 부족해 전교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후 수업에 충실하고 방과 후 학교 독서실에 남아 밤늦도록 책과 씨름한 끝에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다.
고교에 진학했지만 병환중인 부모 모시며 주경야독한 지양은 아버지의 오랜 병환과
어머니의 교통사고로 한 손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었기에 관순이가 직접 생계를 꾸려 나가야 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 어려운 골든벨을 울릴 수 있었던 것은 늘 책을 가까이 해온 노력도 있었지만 어떤 알 수 없는 도움이 있었던 것 같다.
담임선생은 이같은 어려운 관문을 뚫고 이뤄낸 골든벨이기에 함께 눈물을 흘렸고 관순이가 골든벨을 울린 순간 학교 전체가 감격의 눈물바다를 이뤘다. 관순이와 언젠가 진학상담을 하면서 '대학 학자금이 없으니 산업체에서 돈을 벌어 대학에 가면 어떠냐"고 권유하자 관순이가 눈물을 펑펑 흘렸던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던 것이다. 이를 기억하는 김 선생은 "골든벨을 울리는 순간 그때 일이 생각나 너무 눈물이 났다"고 털어 놓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는 하느님도 감동하시니 어찌 그냥 그대로 둘 수가 있었을까? 이를 지켜보았던 각계각지에서 대학 4년간의 등록금을 포함하여 성금이 답지하고 있으니 관순이는 이제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인간 모두를 사랑하시는 성모님께서 돌보아 주시고 하느님께서 축복해 주신 커다란 감동으로 느껴져 마음 안에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9) 수도원에 꼭 필요한 사람
어느 수도원에 문제의 수사님이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 수사님은 어디를 가나 좌충우돌이었습니다. 많은 수사님들이 그 수사님 때문에 수도 생활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좀 모자란 사람처럼 보였던지 아니면 너무 남아서 탈인지 아무튼 동료 수사님들에게 귀찮고 불편한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모든 수사님들이 수도원 원장 신부님께 갔습니다. “저 수도자를 이 수도원에서 내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 사람 하나로 인해 우리 모두가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그 때에 원장 신부님은 말했습니다. "저 수도자는 우리 수도원에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시장에 나가 그런 사람을 찾아 모셔와야 합니다. 여러분은 그 형제를 통해서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의 성덕을 쌓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과연 어느 공동체, 어느 가정이고 불필요한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 모두는 이 세상에 어떤 분명한 하느님의 뜻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들입니다. 우리는 그 사람의 결점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에서 그 가능성을 보아야 합니다. 그 사람 하나가 내게 없어짐으로써 해서 내게 부담을 줄고 편안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 사람 하나로 해서 내가 덕을 쌓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주님의 자녀가 된 모습을 일구어야 합니다.
『김 규택 신부님』훈화 중에서
(10) 에델바이스
얼음집 안에서 에델바이스는 혼자서 놀고 있었습니다. 스케이트장 같은 바닥에서 미끄럼을 타기도 하고, 빙빙 돌기도 하면서 이 아이는 혼자 있어도 지루한 것을 몰랐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집 안에서 미끄럼을 타며 놀고 있던 에델바이스는 빙빙 돌다가 우뚝 멈춰 섰습니다. 얼음집 문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델바이스도 놀랐지만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그 남자는 에델바이스보다 세 배나, 아니 여섯 배나 더 놀랐습니다. ˝아니, 너 같은 아이가 어떻게 이런 산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었단 말이냐?˝ 얼음집이 있는 곳은 알프스 산에서도 제일 높고 험한 장소로 오랫동안 힘든 훈련을 해온 등산가도 제대로 오르지 못하는 곳이었습니다. ˝너 혼자서 올라왔니?˝남자는 얇은 옷 한 장에 맨발인 에델바이스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에델바이스는 대답대신 방긋 웃기만 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어디서 왔니? 이름은 뭐니?˝,˝에델바이스˝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닮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에델바이스는 문을 닫았습니다. 알프스 산 위에 참으로 사랑스러운 소녀가 얼음집 안에 숨어서 혼자 살고 있다면서 산을 내려온 남자가 들려준 이야기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수많은 남자들이 얼음집과 소녀를 보려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우나 대부분의 남자들은 도중에서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목숨을 건 등반에서 성공한 사람은 아주 극소수였습니다.
에델바이스는 산에 올라온 남자들에게 미소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에델바이스는 상당히 많은 등산가들이 죽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신비한 소녀를 만날 것을 꿈꾸며 산에 도전한 젊은이들 대부분이 눈보라로 길을 잃거나 빙벽에서 떨어져 행방불명이 되었던 것입니다. 산을 타는 데 능숙한 등산가들이 아무리 말려도 젊은이들이 소녀를 그리는 마음은 더욱 간절해질 뿐이었습니다.
산기슭의 마을에서는 매일같이 장례식이 이어졌습니다. "제발 저를 멀리 데려 가 주세요. 저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에델바이스는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했습니다. "돌아와라, 에델바이스. 나의 사랑스런 천사야." 하느님이 보낸 한 줄기 빛은 에델바이스에게 천사의 모습을 되찾아 주었습니다. 흰 날개를 펴고 에델바이스는 곧바로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얼음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산 위에는 새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높고 험한 산을 오른 사람만이 만날 수 있는 청아한 이 꽃을 사람들은 에델바이스라고 불렀습니다
『꽃 이야기』중에서
해질 무렵이 되면 플로리다 해안 동쪽 기슭의 바닷가에는 어김없이 갈매기 떼가 하늘을 까맣게 뒤덮는다. 바닷가 주변의 마을 사람들은 갈매기가 모여드는 것은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한 노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노인은 매일 해질 무렵이 되면 양동이 가득 생선을 담아와 갈매기들에게 나누어주곤 했다. 갈매기들은 가끔 노인의 모자위에 앉았고 양동이가 다 비워져 노인이 자리를 뜰 때에도 노인의 머리위를 빙빙 돌며 노인의 걸음을 좇아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은 세상을 떠났다. 노인이 바닷가에 나타나지 않은 날, 갈매기들은 여느 날과 똑같이 바닷가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갈매기들은 노을이 지는 그 시각에 날아와 하늘을 몇 바퀴 빙빙 돌고는 다시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사람들은 갈매기들이 노인을 잊지 않고 그의 죽음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1942년 10월, 맥아더 장군의 중요한 연락책이었던 리배커 대위는 임무수행 중 바다에서 조난사고를 당했다. 리배커 대위는 7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거친 파도와 싸우며 바다를 헤매었다. 매일 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해왔으나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배고픔이었다. 어느 날 배고픔에 지쳐 쓰러져 있을 때였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갈매기 한 마리가 대위의 모자위에 내려앉았다. 대위는 거의 반사적으로 그 갈매기를 붙잡았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은총의 선물이었다.
갈매기는 부하들의 배고픔을 가시게 해주었고 남은 것으로는 물고기를 잡는 미끼로 사용하였다. 대위와 병사들은 그제야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조금씩 품게 되었다. 망망대해의 한복판에서 한 마리의 갈매기는 그렇게 희망을 가져다 준 것이다. 리배커 대위 일행이 동료들에게 발견된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 이후 리배커 대위의 마음속에는 한 마리의 갈매기가 늘 살아 있었다. 플로리다의 조용한 바닷가를 물고기가 가득 든 양동이를 들고서 거니는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은 다른 사람 아닌 바로 리배커 대위였다.
『좋은 글』중에서
(2) 자장면 두 그릇
서울 종로에 한 중국집에는 "맛이 없으면 돈을 안 받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 집에 어느 날 할아버지와 초등학교 3학년 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왔다. 점심시간이 막 지나간 뒤라 식당에서는 청년 하나가 신문을 뒤적이며 볶음밥을 먹고 있을 뿐이었다. 할아버지와 손자 아이는 자장면 두 그릇을 시켰다. 할아버지의 손은 험한 일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말 그대로 북두 갈고리였다.
아이는 자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할아버지는 아이의 그릇에 자신의 몫을 덜어 옮겼다. 몇 젓가락 안 되는 자장면을 다 드신 할아버지는 입가에 자장을 묻혀가며 부지런히 먹는 손자를 대견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이가 나누는 얘기가 들려왔다. 부모 없이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모양이었다. 손자가 하도 자장면을 먹고 싶어 해서 모처럼 대리고 나온 길인 듯 했다.
아이가 자장면을 반쯤 먹었을 때 주인이 주방 쪽을 대고 말했다. "오늘 자장면 맛을 못 봤네. 조금만 줘봐." 자장면 반 그릇이 금세 나왔다. 주인은 한 젓가락 입에 대더니 주방장을 불렀다. "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간 거 같지 않나? 그리고 간도 잘 안 맞는 것 같고. 이래 가지고 손님들한테 돈을 받을 수 있겠나." 주방장을 들여보내고 주인은 아이가 막 식사를 끝낸 탁자로 갔다.
할아버지가 주인을 쳐다보자 그는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오늘 자장면이 맛이 별로 없었습니다. 다음에 오시면 꼭 맛있는 자장면을 드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가게는 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들러주십시오."
손자의 손을 잡고 문을 열며 나가던 할아버지가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주인이 다시 인사를 하고 있었다. "고...맙구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팔을 붙들려 나가면서 주인에게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주인은 말없이 환하게 행복스런 웃음으로 인사에 대한 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따듯한 이야기』중에서
(3) 3초를 기다리는 여유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닫기"를 누르기 전 3초만 기다리자. 정말 누군가 급하게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출발신호가 떨어져 앞차가 서 있어도 크락숀을 누르지 말고 3초만 기다려 주자. 그 사람은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갈등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내 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가 있으면, 3초만 서서 기다리자. 그 사람 아내가 정말 아플지도 모른다.
친구와 헤어질 때 그의 뒷모습을 3초만 보고 있어주자. 혹시 그 친구가 가다가 뒤돌아 봤을 때 웃어 줄 수 있도록...길을 가다가, 아님 뉴스에서 불행을 맞은 사람을 보면, 잠시 눈을 감고 3초만 그들을 위해 기도하자. 언젠가는 그들이 나를 위해 기꺼이 그리할 것이다.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는 때라도 3초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내가 화낼 일이 보잘 것 없지는 않은가. 차창으로 고개를 내밀다가 한 아이와 눈이 마주 쳤을 때 3초만 그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주자. 그 아이가 크면, 분명 내 아이에게도 그리할 것이다. 죄 짓고 감옥 가는 사람을 볼 때 욕하기 전 3초만 생각하자. 내가 그 사람의 환경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가 잘못을 저질러 울상을 하고 있을 때 3초만 말없이 웃어주자. 그 아이는 잘못을 뉘우치며, 내 품으로 달려올지도 모른다. 그녀가 화가나서 소나기처럼 퍼부어도 3초만 미소지며 들어주자. 그녀가 저녁엔 넉넉한 웃음으로 한잔 술을 부어줄지 모른다.
『좋은 생각』중에서
(4) 사랑과 용서
진정한 사랑은 이것저것 재지 않습니다. 그저 줄 뿐 입니다. 아플 때까지 주십시오.
기도하면 믿게 될 것입니다. 믿으면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면 섬기게 될 것입니다. 나는 모든 인간에게서 산을 봅니다. 내가 나환자의 상처를 씻을 때 예수를 돌보는 느낌을 갖습니다. 어찌 아름다운 경험이 아니겠습니까?
어느 날 꿈에서 내가 천국에 이르렀을 때, 베드로는 내게 "지상으로 돌아가라" 말씀하셨습니다. 진실로 사랑을 원한다면,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작은 일들이란? ... 정말 자잘한 것들이지요. 하지만 작은 일에 충실하다는 것은 위대한 일입니다.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서 창조되었습니다. 실패했다고 마음 상해하지 마십시오. 최선을 다했다면 말입니다.
우리의 가정은 고통을 나누고 서로 용서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많이 가질수록 줄 수 있는 것은 적습니다. 가난은 놀라운 선물입니다. 서로에게 자유를 줍시다. 가난한 사람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주는 것 이상을 들려줍니다. 그들은 강한 사람이며 음식이 없이도 하루하루를 살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저주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동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로부터 배울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말씀 중에서
(5) 까마귀와 여우
하루는 까마귀가 고기 한 덩이를 입에 물고 나무 가지에 앉아 맛있게 포식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때 마침 여우가 그 밑을 지나가다가 까마귀에게 말하였습니다. “까마귀님의 깃털은 이 숲에서 가장 아름답고 우아합니다.” 그래서 그 까마귀는 자신이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말에 우쭐하였습니다. 그리고 가슴을 좀 돋보이게 하려고 거만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여우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까마귀님은 목소리는 이 숲에서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때 까마귀는 목을 길게 뽑고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까아악, 까아악” 그러는 동안 입에 물고 있던 고기 덩어리를 그만 놓쳐 나무 아래로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그 즉시 여우는 고기를 낚아채어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대체로 우리 레지오 단원들은 봉사와 기도에 힘쓰고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도와 봉사에 힘썼다고 해서 그것을 자랑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예수님과 성모님의 자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귀는 우리가 열심히 일군 영적인 공로를 해치고 특히 겸손에서 떨어져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려고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합니다. 겸손치 못한 마음의 자만으로 이러한 사탄의 계략에 넘어가는 어리석음에 떨어져서는 안 되겠습니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우리의 겉모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천사들도 깜짝 놀랄만한 순명과 겸손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하늘에 쌓아 두어야 할 기도와 봉사라는 공로는 참으로 은밀하게 하늘에만 쌓아 두되 스스로 나팔을 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김 규택 신부님』훈화 중에서
(6) 빵은 빵이요 포도주는 포도주
첨단과학 시대에 맞게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살아가는 한 소년이 있었다. 이 소년은 첫영성체를 위해서 본당에서 마련한 첫영성체 교리를 마쳤다.
교리를 가르쳤던 수녀님이 마지막으로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는 성체교리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이 소년은 빵과 포도주가 성체성사를 통해 성체와 성혈이 된다는 것을 부정했다. 수녀님은 그 소년에게 그렇다면 첫영성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년은 전혀 굽힘이 없이 그것은 빵이요, 포도주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하는 수 없이 수녀님은 그 소년을 신부님에게 데려갔다.
신부님은 소년에게 왜 빵과 포도주가 성체와 성혈로 변화될 수 없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소년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모양으로 보든지 맛을 보든지 간에 빵이요, 포도주일 뿐이지 예수님의 살과 피는 아니잖아요"
신부님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에 일어나서 소년을 대리고 나갔다. 가까운 방사선 실에 그 소년을 대리고 간 신부님은 소년이 보는 앞에서 빵에다가 방사선을 쬐었다. 그리고는 그 소년에게 빵을 먹으라고 주었다. 그러자 소년은 놀라며 그 빵을 먹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신부님은 소년에게 그 빵을 먹지 않으려는 이유를 물었다. 소년은 "그 빵에는 방사선이 들어가서 인체에 해로운 어떤 작용을 하기 때문에 먹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신부님은 소년에게 조용히 일렀다.
요셉아, 한낱 인간이 만든 방사선이 그 모양과 맛을 변화 시키지 않고 빵 안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면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실수 있지 않겠니?" 그제서야 그 소년은 성체 성사에 대해 깊이 수긍하고 첫영성체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소년은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인지도 모른다. 과학적이고, 산술적인 계산에만 익숙해져서 신앙의 신비를 좀처럼 수긍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경우와 무엇이 다를까? 성체와 성혈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바르게 되새기며 그저 "아멘" 하고 저는 "믿습니다. 주님!"이라고 응답하던 선조들의 신앙이 더욱 그리워진다.
『김 화석 신부님』의 자유게시판에서
(7) 마음 밭에 진리를 심어라
도시의 쓰레기가 쌓이는 쓰레기 야적장에는 먼지와 고약한 냄새만 가득합니다. 아무도 그곳에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쓰레기 야적장 구석에 풀꽃이 자라나 하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너무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입니다. 그런데 그 하얀 꽃은 그 냄새나는 쓰레기 터를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간혹 이 쓰레기 더미에서 폐품을 줍고 있는 사람들에게 뜨이면 약간의 신선한 아름다움을 줄 뿐입니다. 꽃은 그곳에 있어 아름답고 존재의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때로는 쓰레기처럼 더럽고 혼탁하지만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성실히 자리를 지키고 살아간다면 그래도 세상은 희망이 있지 않겠습니까? 또한 우리 마음이 비록 세상과 마귀의 육신의 것으로 더럽혀져 있다 하여도 그 마음속에 진리의 꽃을 가꾸고 있다면 우리는 인간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영혼을 비추는 구원의 말씀이 생명처럼 자라고 있다면 우리의 처지가 아무리 고달프고 어렵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굳건히 신앙의 길, 세상에서의 떳떳한 인생의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각자의 마음에 거룩한 진리의 꽃을 자라게 해야 합니다. 그것은 십자가의 구원이 가져다주는 진리입니다. 주님의 말씀이 우리의 마음 밭에 떨어져 고귀한 향기와 아름다운 자태를 꽃처럼 드러내는 진리입니다. 마음 밭에 진리의 꽃을 자라게 하는 사람은 결코 환경을 탓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사랑의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김 규택 신부님』훈화 중에서
(8) 골든벨 울린 시골 여고생
KBS '도전 골든벨' 50번 마지막 문제가 나온 순간 시골 여고생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50번째 문제 정답은 아직 최종적으로 맞추지 못한 상황이었으나 18세의 문산여고 지관순양은 정답을 확신한 듯 벌써 눈가에서 굵은 눈물방울을 떨구고 있었다. 다른 카메라로 잡은 담임선생의 얼굴도 이미 붉게 상기된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TV로 골든벨을 시청하던 많은 시청자들이 그 눈물의 의미를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서울의 명문고 학생들도 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골든벨을 울린 지관순양. 그녀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도 제때 다니지 못했을 정도였다. 집안사정 때문에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중학교 입학 후엔 오리사육, 우유배달 등을 통해 스스로 학비를 조달해야 했다. 문산여중에 입학했지만 기초가 부족해 전교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후 수업에 충실하고 방과 후 학교 독서실에 남아 밤늦도록 책과 씨름한 끝에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다.
고교에 진학했지만 병환중인 부모 모시며 주경야독한 지양은 아버지의 오랜 병환과
어머니의 교통사고로 한 손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었기에 관순이가 직접 생계를 꾸려 나가야 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 어려운 골든벨을 울릴 수 있었던 것은 늘 책을 가까이 해온 노력도 있었지만 어떤 알 수 없는 도움이 있었던 것 같다.
담임선생은 이같은 어려운 관문을 뚫고 이뤄낸 골든벨이기에 함께 눈물을 흘렸고 관순이가 골든벨을 울린 순간 학교 전체가 감격의 눈물바다를 이뤘다. 관순이와 언젠가 진학상담을 하면서 '대학 학자금이 없으니 산업체에서 돈을 벌어 대학에 가면 어떠냐"고 권유하자 관순이가 눈물을 펑펑 흘렸던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던 것이다. 이를 기억하는 김 선생은 "골든벨을 울리는 순간 그때 일이 생각나 너무 눈물이 났다"고 털어 놓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는 하느님도 감동하시니 어찌 그냥 그대로 둘 수가 있었을까? 이를 지켜보았던 각계각지에서 대학 4년간의 등록금을 포함하여 성금이 답지하고 있으니 관순이는 이제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인간 모두를 사랑하시는 성모님께서 돌보아 주시고 하느님께서 축복해 주신 커다란 감동으로 느껴져 마음 안에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9) 수도원에 꼭 필요한 사람
어느 수도원에 문제의 수사님이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 수사님은 어디를 가나 좌충우돌이었습니다. 많은 수사님들이 그 수사님 때문에 수도 생활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좀 모자란 사람처럼 보였던지 아니면 너무 남아서 탈인지 아무튼 동료 수사님들에게 귀찮고 불편한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모든 수사님들이 수도원 원장 신부님께 갔습니다. “저 수도자를 이 수도원에서 내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 사람 하나로 인해 우리 모두가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그 때에 원장 신부님은 말했습니다. "저 수도자는 우리 수도원에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시장에 나가 그런 사람을 찾아 모셔와야 합니다. 여러분은 그 형제를 통해서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의 성덕을 쌓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과연 어느 공동체, 어느 가정이고 불필요한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 모두는 이 세상에 어떤 분명한 하느님의 뜻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들입니다. 우리는 그 사람의 결점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에서 그 가능성을 보아야 합니다. 그 사람 하나가 내게 없어짐으로써 해서 내게 부담을 줄고 편안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 사람 하나로 해서 내가 덕을 쌓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주님의 자녀가 된 모습을 일구어야 합니다.
『김 규택 신부님』훈화 중에서
(10) 에델바이스
얼음집 안에서 에델바이스는 혼자서 놀고 있었습니다. 스케이트장 같은 바닥에서 미끄럼을 타기도 하고, 빙빙 돌기도 하면서 이 아이는 혼자 있어도 지루한 것을 몰랐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집 안에서 미끄럼을 타며 놀고 있던 에델바이스는 빙빙 돌다가 우뚝 멈춰 섰습니다. 얼음집 문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델바이스도 놀랐지만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그 남자는 에델바이스보다 세 배나, 아니 여섯 배나 더 놀랐습니다. ˝아니, 너 같은 아이가 어떻게 이런 산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었단 말이냐?˝ 얼음집이 있는 곳은 알프스 산에서도 제일 높고 험한 장소로 오랫동안 힘든 훈련을 해온 등산가도 제대로 오르지 못하는 곳이었습니다. ˝너 혼자서 올라왔니?˝남자는 얇은 옷 한 장에 맨발인 에델바이스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에델바이스는 대답대신 방긋 웃기만 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어디서 왔니? 이름은 뭐니?˝,˝에델바이스˝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닮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에델바이스는 문을 닫았습니다. 알프스 산 위에 참으로 사랑스러운 소녀가 얼음집 안에 숨어서 혼자 살고 있다면서 산을 내려온 남자가 들려준 이야기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수많은 남자들이 얼음집과 소녀를 보려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우나 대부분의 남자들은 도중에서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목숨을 건 등반에서 성공한 사람은 아주 극소수였습니다.
에델바이스는 산에 올라온 남자들에게 미소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에델바이스는 상당히 많은 등산가들이 죽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신비한 소녀를 만날 것을 꿈꾸며 산에 도전한 젊은이들 대부분이 눈보라로 길을 잃거나 빙벽에서 떨어져 행방불명이 되었던 것입니다. 산을 타는 데 능숙한 등산가들이 아무리 말려도 젊은이들이 소녀를 그리는 마음은 더욱 간절해질 뿐이었습니다.
산기슭의 마을에서는 매일같이 장례식이 이어졌습니다. "제발 저를 멀리 데려 가 주세요. 저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에델바이스는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했습니다. "돌아와라, 에델바이스. 나의 사랑스런 천사야." 하느님이 보낸 한 줄기 빛은 에델바이스에게 천사의 모습을 되찾아 주었습니다. 흰 날개를 펴고 에델바이스는 곧바로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얼음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산 위에는 새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높고 험한 산을 오른 사람만이 만날 수 있는 청아한 이 꽃을 사람들은 에델바이스라고 불렀습니다
『꽃 이야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