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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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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소주

 

 나는 먹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그러니 계절을 가려가며 찾아 먹는 음식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무더위와 관련된 음식은 굳이 좋아하는 쪽 보다 싫어하는 쪽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것이 바로 개고기다. 신자들은 대체로 신부면 다 개고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여름이 다가오면 슬슬 개소리들을 하기 시작한다. “신부님, 탕 좋아하시나요?”, “언제 개고기 잘하는 그 집에 한 번 모시겠습니다.”라는 정겨운(?) 초대의 언어로. 그러면 언제나 대답 없이 미소로 거절을 알릴 뿐이다.

 내가 왜 개고기를 좋아하지 않는지는 분명하게 기억되는 바는 없다. 하지만 비위가 약했던 나는 소위 혐오식품들에는 쉽게 마음과 입과 위를 열지 못하는 꼿꼿함을 견지하며 산 탓이 아닌가 싶다. 신학교 시절 여름이 다가오면 학교식당에서는 신학생들의 영양보충을 위해 한 두 차례 보신탕을 제공하였다. 다행히 보신을 즐기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대체식품석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였지만.

 그런데 학교에서 우리와 같이 성무일도를 하던 견공 녀석들이 여름과 함께 하나둘씩 사라지는 일이 생기자 우리는 그제야 그곳에 사는 잡종견이 경비견이 아닌 비상식량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개네들의 숙소도 대문 앞이 아닌 식당 가까운 후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개들의 숙소 위에 누군가가 써놓은 라틴어 성구는 그들의 운명을 너무나 명확하게 인식시켜주는 글이었다. Hodie mihi, Cras tibi.(오늘은 내 차례요, 내일은 네 차례다아하, 이제 그놈들의 네 마리의 이름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아마 초복이, 중복이, 말복이, 찌라시라고 불렸었지. 한 해 여름이 가면 이 녀석들은 가고 새로운 녀석들이 그 이름으로 그들의 공동숙소에 들곤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이름과 함께 사제 양성에 영보회(영양보충회) 회원의 이름으로 중요한 한몫을 담당했었고 그들의 희생으로 많은 신학생은 체력적으로 무사히 신학교를 거쳐 사제가 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물론 그들의 희생을 결코 원치 않았던 몇 안 되는 비주류 신학생들도 어엿이 사제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지만.

 어느 해 여름의 신학생 연수 때 우리는 공소 마당에 묶여 반갑게 우리를 맞는 견공을 보았다. 그리고 활동을 나갔다 저녁에 돌아와 보니 견공은 보이지 않고 저녁 식사로 보신탕만이 우리 앞에 놓여있었다. 보신탕을 먹지 않으면 신부가 못 된다는 담당 신부의 으름장에 신부는 되고 싶지만 개고기는 죽기보다 싫어했던 김국진 신학생의 그날의 비장한 위장술도 이젠 전설이 되어 무더위 음식의 추억으로 남아 후배신학생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단다. ‘우리 선배 중 한 분은 강요된 보신탕을 대신해 차라리 밥을 소주에 말아 보신탕인 척 눈물과 함께 드셨다고 한다. 오직 사제가 되고자하는 열망으로!’

보신이라는 미명하에 싫은 음식을 강요받았던 그해 여름은 다시 오지는 않겠지만 여름과 개고기에 얽힌 추억은 가끔 내 입가에 엷은 미소를 드리우며 스쳐 간다.

 “김국진 신부, 이젠 소주에 밥 말아 먹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왔다!”

 

 김화석 신부(교황청전교기구 한국지부장, 주교회의 홍보국장, 경향잡지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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