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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있는 곳에 희망을” 故 김수환 추기경 영화, 부처님오신날 개봉하는 사연은

2001년 12월 성심수녀회 만찬에서 산타 모자를 쓰고 즐거워하고 있는 김수환 추기경.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제공김수환 추기경의 유년 시절을 다른 영화 ‘저 산 너머’에서 어린 수환 역을 맡은 아역 배우 이경훈. 리틀빅픽처스 제공

2009년 선종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삶을 다룬 영화 ‘저 산 너머’(감독 최종태)가 30일 개봉을 앞두고 공개됐다.

고인의 어린 시절 ‘소년 수환’에 집중하는 영화에서 가장 압도적인 것은 영상이다. 장면마다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충남 논산, 전남 구례, 전북 김제 등의 풍광을 담느라 촬영에만 8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지면과 수직에 가까운 부감으로 아이들의 축구 장면을 찍어 그림자가 도드라지게 연출한 장면 같은 건 영화 ‘해로’(2012)로 대종상 신인 감독상을 받은 최종태 감독의 재치다. 산수화를 연상하게 하는 원경에다 국악 비중이 높은 음악 덕에 동양적 색채가 짙다. 260대 1 오디션 경쟁을 뚫고 수환 역을 맡은 이경훈 등 아역 배우들의 연기는 생기가 넘친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옹기

영화엔 옹기(甕器)가 자주 등장한다. 둥그런 옹기 속은 7살 수환이 누군가 떠날 때마다 품에 안기듯 들어가 허전한 마음을 달래는 곳이다. 수환은 옹기 내벽에 떠난 이의 얼굴을 그려 넣는다. 맨 먼저 아버지가 하늘로, 형이 대구 신학교로, 어머니는 형을 보러, 차례차례 떠난다. 옹기 안에 앉아 밖을 보면, 1928년 일제 강점기 경북 군위의 하늘 또한 동그란 모양이었다.

영화 ‘저 산 너머’는 병든 몸으로 옹기를 잔뜩 지고 가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아버지 모습으로 시작한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조선 말 박해 받은 천주교 교인들은 산으로 숨어들었다. 먹고 살기 위해 옹기를 구워 팔았다. 수환의 할머니 강말손(이열음) 여사가 아버지 김영석(안내상)을 낳은 곳도 옹기 가마 옆 빈 움막이었다. 영화의 토대가 된 작가 정채봉(1946~2001)의 동화 원작을 보면, 김영석은 옹기 만드는 일을 생업으로 삼아 왜관ㆍ김천 등에서 살았다. 그러고 보면 김 추기경은 아호마저도 ‘옹기’다.


◇저 산 너머, 그곳에 계신 님을 향해

옹기가 현실 세계, 곧 차안(此岸)이라면 ‘저 산 너머’는 피안(彼岸)을 상징한다. 수환은 장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이항나)에게 “저 산 너머에 뭐가 있느냐”고 묻는다. 어머니는 “네가 태어난 곳은 대구지만 마음이 있는 곳이 고향”이라고 대답한다. 수환은 그 곳을 ‘저 산 너머 하늘나라’로 받아들인다. 영화 말미에 수환은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갖고 있던 동네 누나 선자(이슬비)에게 이별을 고하고 떠난다. 이제 옹기 안에 그려지는 얼굴은 소년 수환이다.

소년 수환은 서로 좋아하는 동네 누나 선자에게 “내 마음이 저 산 너머에 있으니 내 고향은 저 산 너머”라며 이별을 암시한다. ‘저 산 너머’의 신앙의 공간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을 다룬 영화 ‘저 산 너머’의 한 장면. 리틀빅픽처스 제공

수환은 어릴 적 ‘순한이’라 불릴 정도로 착한 아이였지만, 신부가 되길 바라는 어머니 뜻에는 저항했다. 수환은 “인삼 가게 주인이 되겠다”고 했다. 그게 어머니를 위하는 일이라고 여겨서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천주님이 있어야 하는 마음속에 어머니가 있다”며 탄식한다. “‘마음 밭’에 천주님께서 저마다의 씨앗을 묻어주셨다”며 수환에겐 신부가 될 씨앗이 들었다고 한다. 그게 어머니가 본 수환이었다. 영화는 수환이 사제로서의 소명(召命)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불교신자의 과감한 투자

이 영화의 개봉일은 천주교의 여러 기념일, 혹은 고인의 기일을 놔두고 하필이면 부처님오신날인 30일로 정해졌다. 영화에 40억여원을 투자한 건축가 남상원 아이디앤플래닝그룹 회장의 뜻이다. 남 회장은 천주교가 아니라 불교 신자다. 남 회장은 “영화를 잘 안 보는데, 책(원작)을 보고 바로 투자를 결정했다”며 “투자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부처님오신날 개봉은 그의 뜻이었다. 그는 “코로나19 탓에 부처님오신날 행사가 한 달 뒤로 연기됐는데, 부처님이 이 영화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신 셈”이라며 웃었다.

김수환 추기경의 유년 시절을 담은 영화 ‘저 산 너머’의 한 장면. 리틀빅픽처스 제공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가장 좋아했다는 성 프란치스코 기도문이다.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도 희망이다. 최 감독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세계에 한국이 희망을 주고 있다”며 “‘저 산 너머’가 또 다른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2020.04.24.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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